이호경 회장 [CEO 칼럼] 슬기로운 격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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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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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05-31 14:50
얼마 전,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에 감염됐다. 그동안은 코로나에 무사했다.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백신도 꾸준히 맞고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켰다. 평소 다져온 건강한 습관도 면역력을 높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사이 은근히 교만함이 찾아들었던 모양이다.
'확진통보'를 받고, 규정대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목이 칼칼하고 두통이 있는 것 말고는 별 증상이 없었다. 마침 필자가 사는 집은 복층구조라서 가족과 동선을 따로 할 수 있고 테라스에 나가면 자연과 접할 수 있어 생활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집에 있으니 그동안 사두기만 하고 읽지 못한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빌 게이츠의 '생각 주간(Think Week)'이 떠올랐다.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번씩 1주일 동안 직원은 물론 가족 그리고 휴대폰과 PC 없이 오롯이 독서와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스스로 '격리'한 것이다. 그는 '생각할 시간이 없으면 성공할 시간도 없다'고 했다. 많은 CEO가 그렇듯이 앞만 보고 달렸던 필자도 그 내용만 알고 있었지 '생각 주간'을 실천해 본 적이 없었다. 휴가도 항상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 코로나로 인한 격리가 그 '생각 주간'을 필자에게 준 셈이 됐다.
우선 처방받은 치료약과 충분한 휴식으로 건강회복에 전념했다. 이와 함께 쌓아둔 책을 집중적으로 읽었는데, 특히 역사와 관련된 책에 빠졌다. 밤에는 읽었던 책을 간추려 요약본을 만들었다. 자연스레 휴대폰과 컴퓨터도 멀리하게 됐다. 오롯이 혼자 있는 그 시간이 소중했다.
격리 기간 후 회복기에는 인적 드문 곳으로 산책하고 사색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자연과 어우러진 곳이라 조금만 가도 시골 마을이 나왔다. 골목을 걸어 다니면서 그동안 지나쳤던 모습들을 새롭게 발견했다. 낡아서 무너져 내린 흙담 너머 고개 내민 해바라기, 녹슨 우편함 속으로 파고든 담쟁이가 반가웠다. 검보랏빛 나팔꽃들은 지천이었고 해묵은 밭고랑 잡초 사이에는 달맞이꽃이 무리 지어 피었다. 개울 옆 감나무 아래에는 실한 호박 덩이들이 누렇게 앉아 있어 어린 시절 고향 집을 떠올리게 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치유되고 정화되는 시간이었다.
격리가 끝난 뒤 세상으로 돌아온 필자는 다시 휴대폰과 컴퓨터 속에서 살고 있다. 인공지능과 첨단 디지털 시대 속에 온갖 가짜뉴스와 자기밖에 모르는 아집에서 오는 갈등 그리고 알고리즘을 통해 편협하게만 전해지는 정보가 세상에 가득했다.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전파가 두려워 강제적으로 격리하면서도 이런 시대가 만든 '신종바이러스'의 확산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필자는 이런 것들도 코로나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확산을 막아야 하는 신종바이러스라고 생각한다. 필자에게 이번 격리 기간은 코로나는 물론 이런 신종바이러스를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했으며, 앞으로 1년에 한 번 정도는 나만의 '격리 주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동 봉정사 해우소(解憂所)에는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이 붙어 있다. 절집에는 모든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평소에는 지나쳤지만 이번엔 가슴에 와닿았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돌아보면 코로나를 양약으로 삼은, '슬기로운 격리생활'이었다.
이호경 대영에코건설<주> 대표
'확진통보'를 받고, 규정대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목이 칼칼하고 두통이 있는 것 말고는 별 증상이 없었다. 마침 필자가 사는 집은 복층구조라서 가족과 동선을 따로 할 수 있고 테라스에 나가면 자연과 접할 수 있어 생활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집에 있으니 그동안 사두기만 하고 읽지 못한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빌 게이츠의 '생각 주간(Think Week)'이 떠올랐다.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번씩 1주일 동안 직원은 물론 가족 그리고 휴대폰과 PC 없이 오롯이 독서와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스스로 '격리'한 것이다. 그는 '생각할 시간이 없으면 성공할 시간도 없다'고 했다. 많은 CEO가 그렇듯이 앞만 보고 달렸던 필자도 그 내용만 알고 있었지 '생각 주간'을 실천해 본 적이 없었다. 휴가도 항상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 코로나로 인한 격리가 그 '생각 주간'을 필자에게 준 셈이 됐다.
우선 처방받은 치료약과 충분한 휴식으로 건강회복에 전념했다. 이와 함께 쌓아둔 책을 집중적으로 읽었는데, 특히 역사와 관련된 책에 빠졌다. 밤에는 읽었던 책을 간추려 요약본을 만들었다. 자연스레 휴대폰과 컴퓨터도 멀리하게 됐다. 오롯이 혼자 있는 그 시간이 소중했다.
격리 기간 후 회복기에는 인적 드문 곳으로 산책하고 사색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자연과 어우러진 곳이라 조금만 가도 시골 마을이 나왔다. 골목을 걸어 다니면서 그동안 지나쳤던 모습들을 새롭게 발견했다. 낡아서 무너져 내린 흙담 너머 고개 내민 해바라기, 녹슨 우편함 속으로 파고든 담쟁이가 반가웠다. 검보랏빛 나팔꽃들은 지천이었고 해묵은 밭고랑 잡초 사이에는 달맞이꽃이 무리 지어 피었다. 개울 옆 감나무 아래에는 실한 호박 덩이들이 누렇게 앉아 있어 어린 시절 고향 집을 떠올리게 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치유되고 정화되는 시간이었다.
격리가 끝난 뒤 세상으로 돌아온 필자는 다시 휴대폰과 컴퓨터 속에서 살고 있다. 인공지능과 첨단 디지털 시대 속에 온갖 가짜뉴스와 자기밖에 모르는 아집에서 오는 갈등 그리고 알고리즘을 통해 편협하게만 전해지는 정보가 세상에 가득했다.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전파가 두려워 강제적으로 격리하면서도 이런 시대가 만든 '신종바이러스'의 확산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필자는 이런 것들도 코로나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확산을 막아야 하는 신종바이러스라고 생각한다. 필자에게 이번 격리 기간은 코로나는 물론 이런 신종바이러스를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했으며, 앞으로 1년에 한 번 정도는 나만의 '격리 주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동 봉정사 해우소(解憂所)에는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이 붙어 있다. 절집에는 모든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평소에는 지나쳤지만 이번엔 가슴에 와닿았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돌아보면 코로나를 양약으로 삼은, '슬기로운 격리생활'이었다.
이호경 대영에코건설<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