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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경 회장 [CEO 칼럼] 시민정신은 달빛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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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15회 작성일 23-05-31 14:51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이 문장은 읽기만 해도 달빛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교교(皎皎)한 달빛 아래 서로 마음을 터놓고 만난다면 그 얼마나 흐뭇한 교류가 될까. 이런 점에서 대구의 옛 이름 달구벌의 '달'자와 광주의 순수 우리말 빛고을의 '빛'자를 합쳐 지은 '달빛동맹'이라는 이름은 어감에서나 내용적으로 참으로 절묘하다. 알려진 대로 두 도시의 달빛인연은 200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2013년 달빛동맹 강화를 위한 교류협약을 체결하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이런 '달빛'이 시민의 한 사람인 필자에게도 비추기 시작했다. 필자는 대구시민프로축구단을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시민모임 '대구FC엔젤클럽'(이하 엔젤클럽)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축구사랑을 통한 지역사랑'이란 모토로 시작한 엔젤클럽은 어느덧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당시, 시민구단에 대한 무관심 속에 초기 엔젤 회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큰 힘이 됐고, 최근에는 젊은 엔젤들이 늘어나면서 앞으로 '100년 엔젤'을 꿈꾸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대구사랑, 대구정신'이 뿌리 깊이 내려있다. 엄마 배 속에서 엔젤이 된 모태엔젤, 훌륭한 어른이 되겠다며 가입한 초등학생엔젤,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에서 후원천사가 된 대구FC선수 출신 엔젤, 온 가족이 한꺼번에 엔젤이 된 엔젤패밀리 등 많은 시민이 '시민구단'이란 이름 아래 시티즌오블리주(Citizen Oblige)를 실천하고 있다.

엔젤클럽이 자리 잡으면서, 여러 곳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왔다. 최근에는 광주에서 연락이 왔고, 직접 이야기를 듣겠다며 대구를 방문했다. 뼛속부터 광주 출신이라는 한 광주시민은 "그동안 대구정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엔젤클럽을 통해 대구정신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며 "앞으로 양 지역 시민들이 교류하고 협력해서 진정한 시민구단, 시민정신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엔젤클럽 역시 이에 공감하고, 적극 협조키로 했으며 진정한 시민구단 문화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실제로 광주에서는 광주FC의 주 색상인 노란색을 바탕으로 가칭 '옐로클럽'을 출범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연말에 '광주FC의 밤'을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자리에 엔젤을 초청했고, 엔젤 임원들도 흔쾌히 참석하기로 했다. 필자 역시 최근 광주FC의 2부리그 우승과 내년 1부 리그 승격이 확정되자,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감사하다는 답신도 받았다. 두 도시의 시민정신이 '축구, 시민구단'이라는 달빛을 타고 은은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교류 후, 필자는 대구스타디움 서편에 건립된 대구FC주주동산을 찾았다. 다시 한번 시민구단을 창단한, 대구정신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구FC 창단 이듬해인 2004년 완공된 주주동산에는 4만8천400여 명의 주주 이름이 4.5m 높이의 20개 기둥에 일일이 새겨져 있었다. 전국 어디에도 없고, 대구에만 유일한 곳이다. 하지만 그 취지를 아는 시민은 많지 않고, 찾는 이도 드물었다. 필자 역시 막연하게나마 기억하고 있었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덕분에 새롭게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주주동산은 대구정신이 살아 있는 곳이요, 그 정신을 이어갈 좋은 장소였다. 이런 점에서 이번 달빛교류는 여러모로 흐뭇했다. 우리의 얼굴을 다시 보게 하고, 새로운 길을 밝히는 달빛이었다.

이호경 대영에코건설<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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